땡큐 사랑의열매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301네트워크로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 끊어요”

“몸이 재산”이라는 말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겐 비유가 아닌
현실이다. 몸이 아프면 곧장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
‘보건·의료·복지 301네트워크’ 사업은 의료 빈곤의 늪에 빠진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사랑의열매 기획 사업으로,
현장에서 많은 성과를 내 눈길을 끈다.

‘보건·의료·복지 301네트워크’(이하 ‘301네 트워크’)는 2016년부터 사랑의열매의 지원으로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와 의료 기관이 협력해 어려운 이웃의 건강권 수호를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치료비 지원부터 사회복지 자원까지 연계한다. 보건과 의료 그리고 사회복지 세 가지를 하나로 잇는 통합 지원이라 ‘301네트워크’로 명명했다.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질병으로 일을 하지 못하면 채무는 늘고 갚을 능력이 줄어들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진다. 아파서 일을 못 하고, 일을 못 하니 돈이 없고, 돈이 없어서 병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료비 지원 사업은 치료비 지원에 그치지만, 301네트워크는 치료비 지원부터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연결해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끊을 수 있도록 만든다. 사람의 인생에는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 때문에 질병이 발생하면 가족 구성원, 주거 환경, 심리 상태, 수입원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301네트워크는 의료 안전망으로서 역할뿐 아니라 더 넓게는 사회 안전망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복지 사각지대 품은 ‘301네트워크’

301네트워크는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효과적인 대안으로 작용한다. 지역사회 기관 간의 네트워크(지역 복지관, 요양 시설, 보건소, 주민센터)를 통해 사각지대 대상자를 발굴하는 시스템은 301네트워크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 기관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301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 기관으로 연계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심사를 통해 지원을 결정하면 입원 및 외래 치료비, 검사비, 간병비, 이송료 등 1인 최대 500만 원 범위 내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질병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적 제도와 민간 자원이 있지만, 제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 아파 거동하기도 어려운 당사자가 주민센터나 복지관, 병원 사회사업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응급 상황에 처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301네트워크는 이럴 때 대상자의 질병과 위기 상황에 맞는 복지 자원을 안내해주고, 이를 연계해주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각 영역에서 지원하는 사업들과 적시에 연결하기만 해도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퇴원 후에도 모니터링을 통해 건강 상태와 일상생활 능력을 확인하고, 지역 복지 기관과 연계해 맞춤 서비스를 계속 이어간다. 301네트워크는 치료는 물론, 치료 이후에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동주민센터에서 행정 지원과 복지 자원을 연계해주기도 한다.
각 과 의사와 간호팀, 행정팀, 의료사회복지팀 등이 모인 다학제간 회의에서 치료와 복지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순천향대 구미병원)
홀몸 어르신인 이 환자는 늑골 골절로 이송되었고, 요양 등급을 받을 때까지 입원 치료비 등을 301네트워크에서 지원받았다.

유연하고 신속한 지원으로 행정 공백 메워

현재 의료 보장 체계는 소득액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대상자의 현실적 요구와 상황을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실질 소득은 최저생계비 이하임에도 부양 의무자 기준, 재산소득 환산제 등으로 배제된 계층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뿐 아니라 엄격한 기준과 복잡한 수급 절차, 경직된 행정 처리로 신속한 지원이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다.

젊은 당뇨 환자인 신영진(가명. 29) 씨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병 때문에 근로 능력을 잃은 신 씨는 치료비로 사채를 썼다가 빚더미에 앉고 말았다. 1년 전부터 투석 치료를 받아야 했으나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저소득층이 경제적 부담 없이 투석 치료를 하려면 장애 등급을 받은 후 보건소에서 희귀 난치 질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신 씨가 장애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의 투석 치료 이력이 있어야 하고, 신청 후에도 2개월의 조사 기간이 필요해 최소 5개월 동안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일주일에 10만 원씩, 한 달에 40만 원의 본인부담금이 필요하지만 이조차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이 정도 본인부담금은 재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301네트워크를 만난 신 씨는 장애 등급을 받을 때까지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301네트워크의 의료비 지원은 이처럼 지원을 신청하고 대상으로 선정될 때까지 행정의 공백 기간 동안 요긴하게 사용된다. 이를 위해 자체 심의 절차로 빠른 지원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라 신속한 진행이 필요하고, 행정보다 빠르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301네트워크는 보통 하루 만에 지원 결정이 이루어지고, 첫 개입 이후 평균 한 달 정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상자 1명의 통합적인 욕구를 파악해 지원하고 있다.

301네트워크는 이처럼 유연하고 신속한 지원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병원 이송부터 개입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치료는 물론 재활과 주거, 일자리 지원까지 연계해 환자와 보호자가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의료 빈곤의 늪에 빠진 20대 청년을 구하다”

이은진(가명. 24) 씨는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절망에 빠진 상황이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쓰러진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당뇨. 인슐린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평생 이를 모르고 살아 병이 상당히 진척된 상태였다. 대표적 당뇨 합병증인 망막병증으로 오른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고, 빠진 치아도 10개가 넘었다.

그런 상황에서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의 301네트워크를 만난 것이다. 301네트워크는 의료비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했을 뿐 아니라 동주민센터의 주거급여 신청을 도와 월세 15만 원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다. 사연을 들은 지역 치과에서도 임플란트 시술 지원을 약속했다.

퇴원 후에는 301네트워크 지원 대상에게 반찬을 무료로 배달해주는 ‘라운드 키친’ 덕분에 당뇨 식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보건·의료·복지의 통합 지원을 받은 이은진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신청서를 작성하며 “가장 힘들 때 기회가 찾아온 것 같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고립된 중년 여성에게 삶의 희망을 전하다”

가정 불화로 오래전 가출해 혼자 살아온 안영미(가명. 56) 씨.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안 씨는 건강이 나빠지면서 생활이 어려워졌다. 치료비는 커녕 생활비도 없어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뒤, 월세도 내지 못하면서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곡기를 끊고 움직일 기력도 없던 안 씨는 우연히 집주인에게 발견되어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에 이송되었고, 301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았다. 이후 신체 질환뿐 아니라 우울증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200만 원의 입원 치료비를 지원했고, 초과되는 금액은 긴급 지원 사업을 연계해주었다.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와 운동 능력 저하로 퇴원 후 전문 재활 치료가 필요했던 안 씨는 병원, 읍사무소, 군청의 지원으로 600만 원의 치료비와 간병비를 지원받아 재활병원에서 3개월간의 재활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퇴원했다.

301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던 안 씨를 지원할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마련되었고, 안 씨는 건강과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안 씨는 “치료를 받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많은 위로를 받았고,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며 그제야 환하게 웃어 보였다.

강보라 사진 제공 순천향대학교 부속구미병원,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