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렴구만 들어도 전 국민이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슈퍼스타’가 코로나19 응원송으로 재탄생했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음악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방-방 프로젝트’ 기획자이자 원곡자인 가수 이한철에게
프로젝트 후일담을 들었다.
가수 이한철 씨는 지난 2월 말,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았다. 당시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가 늘어갈 정도로 코로나19 기세가 대단할 때였다. 이런 시점에 ‘음악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되었다.
“TV를 보는데 시사 프로그램에서 오프닝곡으로 ‘슈퍼스타’를 사용하면서 진행자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노래라고 소개하더라고요. 지금이 바로 이 노래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 바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요.”
그는 동료 뮤지션들에게 ‘슈퍼스타’를 함께 부르자며 제안했고, 이틀 만에 커피소년, 정혜선(제이레빗), 좋아서하는밴드, 박윤식(크라잉넛), MC메타, 토마스쿡, 신현희, 헤이맨, 이상미, 서창석(불독맨션), 신동훈, 양영호, 박성룡, 이은상 등 개성 강한 17명의 지원군이 모였다. 특히 가수 이상미는 참여 당시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의 몸이었다. 혹여 태아와 산모에게 부담이 될까 조심스러워하는 이한철 씨와 달리 그는 강한 참여 의지를 드러내며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인 만큼 각자의 공간에서 녹음을 했고, 뮤직비디오도 각자 따로 찍었어요. 서로 다른 작업 환경에서 만든 18개 음악 파일을 하나로 합쳤을 때 과연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뮤지션 모두 걱정했죠. 일주일 만에 완성한 결과물을 공유했을 때 모두들 ‘만나지 않고도 이게 가능하다니!’라며 놀라움과 만족감이 뒤섞여 단체 카톡방이 뜨거웠답니다.”
각자 ‘방’에서 만든 만큼 이번 프로젝트명도 방과 방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방-방 프로젝트’라고 지었다. 참신한 기획만큼이나 18명이 함께 부른 ‘슈퍼스타’는 새로운 느낌이다. MC메타의 랩으로 시작해서 정혜선(제이레빗), 좋아서하는밴드 등 섬세한 여성 보컬이 도입부를 장식하고, 박윤식(크라잉넛) 특유의 시원하게 지르는 창법을 부드러운 커피소년의 목소리로 이어간다. 이한철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저것 다 담겨 있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재미가 있다.
“뮤직비디오 영상을 공개하고 많은 분이 힘이 난다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걸 보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슈퍼스타’는 2005년에 발매한 곡이에요. 1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곡이 빛을 잃지 않고, 많은 사람이 부르고, 좋아한다는 건 뮤지션으로서 정말 엄청난 복이죠.”
‘슈퍼스타’는 방-방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사람이 코로나19 응원송으로 불렀다. 무기한 개학이 미뤄진 학생들에게 보내는 초등학교 교사 버전, 지역 음악 예술인과 의료진, 소상공인 등이 참여한 부산시에서 제작한 응원송까지. 특히 이한철 씨는 “코로나19 극복에 힘이 되고 싶다”며 부산시에 음원 무상 사용을 기꺼이 허락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거야 오랫동안 해온 거니까 ‘슈퍼스타’ 함께 부르기를 한 것이 엄청 힘든 일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 영상이 작은 씨앗이 되어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요. 참 사랑의열매 직원들이 부른 버전도 봤어요. 도란도란 앉아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방-방 프로젝트의 영상을 올리기 전 이한철 씨는 사랑의열매에 전화해 음원 수익금 전액 기부 의사를 밝혔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음원 수익금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방-방 프로젝트는 ‘나를 있게 하는 우리’라는 뜻의 나우사회혁신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했어요. 나우사무국에서 코로나19 나눔 단체를 면밀히 살펴본 후 사랑의열매를 기부처로 정했죠. 거액을 기부하는 연예인도 많은데, 그에 비하면 저희는 아주 작은 나눔이죠.(웃음) 기부보다는 노래에,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 방식으로 참여한 뮤지션들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해요.”
현재 그는 나우의 총감독으로 암 경험자들과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들과도 직접 대면하는 대신, 화상 수업으로 한 소절 한 소절 함께 노래를 완성 진행중이다.
“얼마 전에는 온라인으로 ‘방-방 콘서트’도 열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온라인 관객들은 각자 자기가 먹을 군것질 거리를 갖고 와서 먹으면서 음악도 듣는 브런치 콘서트였죠.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지만, 그 안에서도 음악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앞으로 기존에 형성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필요한 음악을 만들고 소통하는 재미를 좀 더 느껴보려고 해요.”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어려울 때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슈퍼스타’처럼 이한철 씨의 말에는 경쾌하면서 따뜻함이 있었다. 꼭 그의 노래처럼 말이다.
글 이선희 사진 제공 튜브앰프